《몸만들기》



《몸만들기》
일시 | 2022. 10. 27 - 11. 03 , 12:00 - 20:00
장소 | 안팎스페이스(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 96-1 2층)
기획 | 강다원
참여작가 | 방소윤, 신다은
그래픽디자인 | 이유진
촬영 | 안재우
설치 | 박주원, 안재우

디지털 상의 이미지와 실물 작품은 다른 공간에 존재하며 비슷한 대상일지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시의 참여작가 방소윤과 신다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컴퓨터 프로그램과 회화로 구현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이미지들은 인간의 손이 재현하기 어려운 정교함을 담고 있다. 생동감이 흐르는 그래픽 이미지는 사실적으로 보이면서도 모니터 내부, 닿을 수 없는 디지털 공간 내부에 있다. 그러나 회화는 모니터 화면 속에 있는 그래픽 이미지들과는 다르다. 캔버스 위에 중첩되는 물감들은 촉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의 이미지, 입자의 물감이라는 이 두 성질은 모두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몸 만들기》에서는 두 매체를 전환해보는 시도와 함께, 가상의 신체를 구현하는 두 작가를 다룬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의 신체는 일련의 순차적으로 성장을 거치지만 작가들이 제작한 몸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도 그들이 부여하는 이야기에 따라 차이점을 띤다. 작품 속의 몸들은 내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부유하기도 하며 인간에게는 없는 다채로운 색감, 정체성을 얻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환경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정과, 변환, 대체에 의해 대상들은 조립되고 분해되는 과정을 거친다.
 《몸 만들기》는 이처럼 물리적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면서도 ‘인간을 만드는 인간’이라는 공동의 명제에서 나아가, 새롭고 낯선 형상의 신체를 제작하는 작가들의 창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신다은은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을 제작해왔다. 작가에 의해 가상의 몸들은 탄생하며, 각 몸들은 생사의 경계나 너머의 불확실한 곳에 배치되면서 작가가 지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투영하고 있다. 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 역시 유한한 물질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디지털 네트워크 속의 데이터들은 영속적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제공해왔다. 그들은 네트워크 내에서 유랑하며 변질을 거치지만, 비물질로서 영원히 디지털 세상 속에 존재할 것만 같은 관념을 부여한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의 신체와 유사한 형질의 가상의 몸을 제작하고 탄생과 죽음까지의 서사를 설정하며 인간이 모두 공유하는 경험을 상기시킨다. 또한, 작가가 구축하는 가상세계에는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는 삶의 마지막 과정에 도달하는 미지의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 속의 가상인간들은 작가의 디지털 작업을 거치며 생명을 연장 받기도 한다. 모든 것에는 처음과 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작가의 데이터 가상인간에도 유효하며, 가상-디지털 세계가 동일한 시간의 축에 놓여 있음을 명시한다.

 방소윤의 작업은 디지털과 현실세계는 다른 시공간, 여기에서 비롯된 낯선 상태에서 시작된다. 온라인에서는 데이터의 저장과 교환, 삭제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며 추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한 번의 붓질 또한 기록되며 완벽히 삭제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Human Series>라는 제목으로, 가상의 인간을 중심으로 회화와 3D 프로그램이라는 두 매체를 다룬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벽에 걸린 회화 작품과 모니터 속 영상을 순차대로 감상하게 된다. 캔버스의 그림-인물과 모니터의 화면-인물은 단순히 스틸과 무빙 이미지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물감과 붓질의 질감을 최소화했음에도 느껴지는 캔버스의 재질, 그리고 모니터 액정의 막을 두고 재생되는 영상을 통해 물질이라는 회화, 데이터 상태의 비디오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디지털 플랫폼들은 액정 너머의 가상 현실에 살고 있다면, 작가는 그 대상들을 물감으로 그려내며 만질 수 있는 세계로 끌어오고 이러한 진행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디지털-현실 세계의 간극을 드러내지만 연결된 듯한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