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는 섬》




《말하지 않는 섬》
기간 2024년 7월 24일 - 8월 4일 13:30 - 18:30
(월,화 휴무)
오프닝 행사 | 2024년 7월 27일 (토) 17:00 - 20:00
장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80 2층 예술공간 의식주
기획 | 강다원
참여 작가 | 이지윤, 임아진, 전혜수
자문/사진 | 박소호
그래픽 디자인 | 황정아
설치 도움 | 이예란, 이유민
번역 | 임아진
주최 및 주관 | 예술공간 의식주
후원 | 서울문화재단 창작예술공간 지원사업



말하지 않는 섬에 대한 말

《말하지 않는 섬》은 사람이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가 공동체에 전해지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먼저 ‘무언도’라는 섬에 관한 짧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인간이 살아온 어떠한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언도는 미래에도 아무 말 없을 듯한 이 섬에 적합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가까운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쉽게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서해안의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만 자갈과 석화로 뒤덮인 길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위태로운 지역에 사람들이 살았다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일 듯합니다.
《말하지 않는 섬》은 무언도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인물들이 섬 바깥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상황, 둥그런 섬의 지형을 따라 걷는 모습,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들은 이러한 가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상황만으로도 비교적 수월하게 연결되는 서사는 또 다른 줄거리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생명체가 폐쇄성을 유지하면서 외부로부터 유입된 에너지로부터 자율적으로 생존하듯 작은 단서들로 조합된 이야기는 원형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가설을 능동적으로 만듭니다.
 이 곳에서는 서사가 이동하며 또다른 이야기가 발생한다는 가능성을 제안하려 합니다. 이지윤, 임아진, 전혜수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무언도에 대해 꾸며진 이야기를 받았습니다. 이들로 인해 이동하는 말은 초기의 서사와 연결되어 있지만 차츰 분리됩니다.
 이지윤은 전달받은 이야기의 일부를 확장합니다. 작가는 무언도 설화에 등장하는 ‘동지 굿’이 등장하게 된 가설에 주목합니다. 귀신을 부르는 기이한 의식이 묘사된 글을 읽으며 작가는 무언도에 잠시 오간 인간들의 존재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러한 의문은 제의의 주체인 인간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는 상상으로 이어지며 설화에 전부 등장하지 않는 의식 활동의 동기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러 도서 지역을 여행하는 지인들로부터 받은 짧은 영상들을 수집해 하나의 통합된 영상으로 제작합니다. 단편들이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구성하는 것처럼 이지윤의 영상은 여러 가설이 모여 탄생한 이야기가 자생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설화의 자동적인 힘은 임아진이 무언도를 연인의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고립된 장소로 바라보도록 만듭니다. 무언도는 소나무와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삭막한 환경으로 사람들이 오랜 기간 살기 어려운 곳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무언도 설화에서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의 연인이 고립된 섬에 들어오는 과정과 애착을 느끼게 되는 또다른 서사를 만듭니다. 황량한 색과 거친 흔적으로 표현된 회화는 무언도의 삭막한 환경을 보여주지만 생존하기 어려운 장소가 누군가에게 도피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혜수는 무언도 설화에 등장하는 식생의 조건을 살펴보고 현실과 이상 세계의 경계에 있는 듯한 무언도의 특성에 주목합니다. 작가는 설화를 음성 파일로 변환해 반복적으로 들으며 꿈 속에서 무언도에 들어 가는 설정을 토대로 작품을 제작합니다. 꿈에서는 섬의 물질들이 희미하게 보였다면, 작가는 이것들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혜수는 마치 방문할 수 없는 섬에 직접 들어가 장소를 확인하고 또렷한 현실의 세계에 물질을 배치하는 수집가가 됩니다. 전시 공간의 그림들, 조형물과 작가가 조제한 향은 설화로만 추측할 수 있었던 무언도 사물들이 구체화된 산물입니다.
《말하지 않는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을 텅 비어 있는 죽은 곳으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각각의 가설들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 위에 세워진 이야기와 인간 사이 피드백이 멈추게 될 지점을 상상합니다. 그 끝에서 돌아 보았을 때 원래의 이야기에서 뻗어 나간 서사가 얼마나 멀어져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어딘가에 이 섬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채워질 이야기들로 섬의 미래를 점차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