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윤 작가 평론




⟪내가 그린 🪺그림은 잘 그린 🪺그림이고⟫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석사 오픈스튜디오 2025
Ewha Womans University, Korean Painting MFA
OPEN STUDIO 2025

일시: 2025.06.09 (월)- 06.15 (일)
관람 시간: 10:00 - 20:00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A동 2층, 5층
(206, 214, 510, 511, 512, 513, 514, 514-1, 516, 517호)

참여작가
김민지, 김수정, 김유리, 김유민, 김지원, 김채원, 김현정, 김현지, 박송이, 박수빈, 박하늘, 방세현, 배민영, 손규민, 손규원, 양지오, 오소정, 오윤영, 윤예진, 이시온, 이아현, 이인아, 이현지, 임수민, 전윤재, 정수민, 조소윤, 최유리, 최현진, 태혜영, 한준하, 한지윤, 허수연, 황소영


✱이 글은 2025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전공, 예술학전공 비평매칭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나란히 펼친 어떤 날들

작가 | 조소윤(@yu.n_so.s/maru8027@naver.com)
글 | 강다원(@daoneekang/dagang1130@gmail.com)

 관계없어 보이는 장면 혹은 사물들의 연결로 구성되는 작품이 여기 있다. 다른 시공에서 출몰한 상징적인 장면의 연속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영화의 몽타주(montage) 기법, 시대정신이 반영된 사물들을 한 데 그린 조선의 민화 책거리는 조소윤에 의해 지금 이 곳에 소환된다.
 조소윤은 평온한 일상 속 눈에 들어온 풍경과 사물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린다. 작가는 촬영된 장면에서 배경과 대상을 분리하여, 각 요소들을 디지털 레이어로 변형한 다음 아이패드를 활용해 스케치하고 장지 위에 천천히 옮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사물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시간대의 장면을 하나의 화면에 연결하여 구성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회화를 위한 화면 구성은 창작에 수반되는 공통적인 경험이나, 조소윤의 작업 과정은 구체적으로 영화 몽타주의 장면과 조선 책거리의 사물을 한 작품 안에 구성하고 조직하는 방식을 환기시킨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에서 몽타주는 음악에서의 곡조, 회화에서의 화면, 문학에서의 서사를 구성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영화에서의 개별 컷이 단어라면, 그것들을 연결해 영화의 문장으로 만드는 편집이 몽타주이다. 에이젠슈타인은 다섯 가지 몽타주 이론¹을 제시하며, 관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기법의 방법론과 의도를 분석했다.
 조소윤의 회화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된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조합한다는 점에서 몽타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작가에 의해 포착된 평범한 풍경을 그린 회화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정치적이고 ‘새로움’을 전달하고자 했던 포토몽타주와는 차이가 있다. 작가의 회화는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의 단면을 수용하고 있다. 나열된 평화로운 장면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상시키지 않고 비슷한 정서를 공유한다. 가로수의 푸르름, 가로등의 불빛, 청명한 하늘의 구름처럼, 마치 공기처럼 우리 곁을 감싼 존재의 분위기들은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보여줄 수 있는 보이지 않던 것〉(2024)[도판 1]에는 야간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흔들리는 불빛과 노을지는 한강 대교의 풍경, 거칠면서도 푸른 나무의 장면이 한 데 모여 있다. 망원경처럼 보이는 타원형 프레임은 장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2024)[도판 2]에는 앞선 작품과 흡사하게 프레임화 된 불연속적 이미지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으나, 차이가 있다면 그 중심을 가로지르는 수직적 나무의 존재다. 순간적인 감상을 전달했던 〈보여줄 수 있는~〉과는 달리, 이 작품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시선을 유도한다. 동시에 아웃포커스(Outfocus) 된 배경은 자연스럽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상했던 〈보여줄 수 있는~〉과는 달리, 레이어가 층층이 쌓인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쯤에서 다시 몽타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그러니까 서사가 쌓일수록 몽타주 기법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명확해진다. 몽타주에 동원되는 장면들은 상징적이고 선별적이다. 그들은 의도를 위한 목적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조소윤이 수집한 ‘오늘’들은 뚜렷한 의미를 전달하지 않는다. 이미지들은 그림 내에서 어느 하루로서 존재한다. 작품은 무난한 일상들의 나열과 축적이 안전한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를 암시한다. 그것은 새로움과는 전혀 다른, 익숙한 나날들이 주는 안도와 평온이다.
 조소윤의 회화를 두고 장면의 전개 방식에서는 몽타주를, 화면의 배열에서는 전통적인 책거리 기법을 불러 온다. 몽타주가 상징적 컷들을 병치하여 서사를 구성한다면, 책거리는 평면 위에 의미화된 사물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하여 시대 정신을 드러낸다. 이 둘은 각각 시간과 공간이라는 다른 축에 있지만, 조소윤의 작업 위에서 교차된다.
 특히 〈불완전한 오류씨〉(2024)[도판 3]와 〈흔들리는 깨달음에 대해〉(2024)[도판 4]는 책거리를 선명하게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은 무관한 장면이나 사물들이 집합되어 있고, 크기가 의도적으로 변형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흔들리는 깨달음에 대해〉에서는 별도의 배경이 묘사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크기의 사물이 일정한 배율로 확대∙축소되어 나란히 그려졌다.
조선의 책거리가 시대 의식을 공유하며 상징을 중시했다면, 조소윤의 작업은 사적인 기억들의 편린을 보여준다. 모든 사물에 의미가 담긴 책거리, 하루하루를 간직한 작가의 그림들. 조합을 통해 뚜렷한 교훈을 전달하는 과거의 그림과 어느 날의 사물을 그대로 재현해 일상을 보여준 오늘날의 회화는 형식 측면에서 맞닿아 있다.
 책거리와 몽타주는 시간과 공간의 병치를 다룬 기법이다. 조선의 책거리가 화면 위에 시대정신과 위계 질서를 공간적으로 배열했다면, 몽타주는 연속적이거나 불연속적인 시간의 파편들을 엮어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도록 유도한다. 조소윤의 회화는 이 두 계보를 호출한다. 그렇게 이질적인 사물들과 장면들이 작가의 시선을 따라 얽히고, 이어지며, 오늘의 감각과 기억을 포착하는 회화를 조직한다.
장면과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조소윤은 하루의 리듬을 만든다. 작가는 강렬하고 상징적인 순간이 아닌, 미약한 찰나의 중첩, 그리고 나열로 잔잔한 오늘을 구성한다. 그렇게 다른 장면과 사물로 구성된 낯설지 않은 은은한 파동은 안전한 내일을 예고한다.



¹ 에이젠슈타인은 ⌜몽타주 방법(Method of Montage)⌟(1929)에서 몽타주 형식을 ‘계량적 몽타주(metric montage), ‘율동적 몽타주(rhythmic montage)’, ‘음조적 몽타주(tonal montage)’ ‘상음적 몽타주(overtone montage)’, ‘지적 몽타주(intellectual montage)’, 5가지로 분류하였다. (김용수, ⌜영화에서의 몽타주 이론: 쿨레쇼프, 푸도프킨, 에이젠슈타인의 미학적 구성 원리⌟, 1996, 열화당, pp.155-161